인공지능(AI)의 발전과 함께 사물인터넷(IoT)은 우리 삶에 점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AI가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 조명, 온도, 가전제품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스마트홈’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런데 스마트홈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표준이다.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도 집에서는 타사 에어컨을 쓰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서로 다른 제조사의 전자기기와 가전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하나의 플랫폼에 연동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확보하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통신 표준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기기 간 통신 언어를 통일한 IoT 표준인 ‘매터’다. 전 세계 기업들은 매터와 같이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글로벌 표준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통신 기술의 선도국인 한국 역시 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 IoT는 스마트홈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스마트 시티 등과 접목되며 통신, 건축, 유통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IoT는 단순한 연결을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미래 사회를 이끄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민대학교 차세대통신 사업단은 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싱스 마이크로디그리’ 교육과정을 신설했다. 김병훈 교수를 만나 새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학생·대학·기업 모두를 위한 교육과정 신설

최근 많은 대학교에서 마이크로디그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마이크로디그리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하려면 이수해야 할 학점이 많아 부담스러운데, 마이크로디그리는 12~15학점 정도의 적은 학점으로도 특정 분야의 미니 학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대 차세대통신 사업단에서도 차세대통신, 양자보안통신 등 여러 마이크로디그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취업과 연계할 수 있는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확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기업과 논의하던 중, 마침 삼성전자에서 스마트싱스 사업부를 새로 만들면서 신규 인력이 필요해 뜻이 맞았다”고 교육과정 신설 계기를 설명했다. 차세대통신사업단은 혁신 인재양성 비전을 실현할 수 있고, 학생들은 동기부여와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기업도 원하는 맞춤 인력을 양성할 수 있으니 모두가 ‘윈윈’인 셈이다.

삼성전자와 함께하는 IoT 실전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마이크로디그리 교육과정은 2025년 1학기부터 시작된다. 중급, 고급 과정으로 운영되며 학기마다 이론 3과목과 프로젝트 수업(다학제간캡스톤디자인)이 개설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2학기에 미리 고급 과정의 ‘IoT 플랫폼’ 과목을 파일럿으로 시작해 봤다”고 말했다. IoT의 기본 개념부터 플랫폼 기술, 네트워크 통신 기술 등을 담은 강의였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의 특강 등 다양하게 준비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이번 경험을 토대로 다음 ‘IoT 플랫폼’ 강의에는 실제 삼성의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려고 계획 중”이라 덧붙였다.

여러 수업 중 핵심은 ‘다학제간캡스톤디자인’이다. 삼성에서 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실제로 구현해보는 프로젝트로, 1학기에는 아이디어 정립과 기본적인 설계 및 구현, 방학 때 실제 개발, 2학기 때 완성도를 높여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에 삼성전자 임직원과 사업단 참여 교수진이 참여해 실시간으로 멘토링을 지원한다. 김 교수는 “과제의 로드가 조금 부담될 수는 있지만, 이전에 학교에서 했던 실습수업과 달리 실제 기업이 쓰고 있는 툴을 이용해 처음부터 끝까지 기업에 맞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기업 담당자에게 직접 리뷰를 받을 수 있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 학생들의 원활한 실습을 위해 차세대통신사업단과 삼성은 스마트싱스 랩을 조성하고 있다.학생들의 원활한 실습을 위해 차세대통신사업단과 삼성은 스마트싱스 랩을 조성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차세대통신사업단과 삼성은 ‘스마트싱스 랩’을 조성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 조명, 로봇 청소기, 에어컨 등 다양한 IoT 제품을 제공 받고, 차세대통신 사업단이 통신 분야 첨단교육환경을 위해 설치한 5G 특화망과 연결해, 학생들이 IoT 실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IoT 기술을 활용하여 사람이 없을 때는 꺼지고, 들어오면 자동으로 켜지게 하도록 조명을 조정해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을 찾는다거나,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여 강당의 2개 에어컨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간에 또 다른 가상의 에어컨이 있는 것처럼 구현하여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등의 아이디어를 실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의 유연성이 강점, 기업과의 협업 확대 예정

학생과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지만, 이들의 니즈를 모두 맞춰야 해 걱정되는 부분도 없진 않다. 기업에서 원하는 수준의 인력을 양성하고, 학생들은 실제 취업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협업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며 “현실적으로 모두가 삼성에 취직하지는 못하겠지만, 다른 기업에 지원하더라도 충분히 이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 교수는 기업과 협업하는 마이크로디그리 교육과정의 장점으로 ‘유연성’을 꼽았다.

김 교수는 특히 마이크로디그리 교육과정의 장점이 ‘유연성(flexibility)’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간 기업과 대학교들이 함께 특성화 학과를 개설하고 인력 양성을 해왔지만, 한계도 있었다. 학과라는 특성상, 기술 발전의 속도만큼 커리큘럼을 빠르게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마이크로디그리는 가능하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디그리 제도는 1, 2년 단위로도 테마를 바꿔 기업이 원하는 대로 유연하게 맞출 수 있다”며 “지금은 스마트싱스로 꾸렸지만, 디지털 트윈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 또한 마이크로디그리를 활용해 원하는 대로 전공 트랙을 꾸려나가면 좋겠다”며 “특히 IoT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므로 세부 전공을 IoT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차세대통신 사업단에서는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과도 협업해 새로운 마이크로디그리 교육과정을 계속 개설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KT 등 여러 기업과 또 다른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논의 중이니 차세대통신 사업단의 교육과정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