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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OSS 전공탐색 2

"기본기를 넘어 야생으로"... 대학과 기업의 시차를 없애는 1년의 실험

차세대통신사업단(NCCOSS)의 교육 혁신, 다학제간 캡스톤 디자인

2025년 기술 산업의 변화 속도는 대학 커리큘럼보다 훨씬 빠르다. 개발 환경은 해마다 새로 짜이고, 기업은 변화에 바로 투입할 사람을 찾는다. 반면 대학은 기초를 다루는 시간이 길다. 이 차이 때문에 학생들은 졸업하자마자 다시 훈련을 받는 상황을 반복해 왔다. 대학이 잘못한 것도, 기업이 무리한 것도 아니다. 단지 서로 다른 시간표로 움직이는 두 세계 사이의 공백일 뿐이다. 문제는 이 공백을 메우지 않으면 학생도, 기업도, 대학도 손해라는 점이다.

기업이 대학에 바라는 것은 명확하다. 당장 현장에 투입해 즉시 전력감으로 쓸 수 있는 인재다. AI가 코드를 짜고 기술 트렌드가 반년마다 바뀌는 상황에서 기업은 매일 전쟁을 치르듯 급변하는 최전선에 필요한 사람을 원한다. 하지만 대학의 시간은 다르다. 대학은 본질적으로 학문의 기초와 원리를 가르치는 곳이다. 이 기본기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필연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으며, 현장의 속도를 실시간으로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학의 공급과 기업의 수요 사이 미스매치, 대학과 현장 사이의 시차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대학교 차세대통신사업단(NCCOSS)은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COSS) 사업의 일환으로 새로운 교육 실험을 단행했다. 대학이 잘하는 기본기 위에 대학 혼자서는 제공하기 힘든 현장의 경험을 덧입히는 것이다. 그 철학이 가장 집약적으로 구현된 현장이 바로 다학제간 캡스톤디자인이다. 이 수업은 단순한 전공 심화 과정이 아니다. 강의실이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걷어내고 학생들을 치열한 비즈니스의 전장으로 내보내는 일종의 출정식이다. NCCOSS는 학생들이 수동적인 학습자가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동적인 혁신가로 거듭나도록 판을 짰다.

강의실을 창업의 전장(戰場)으로... '다학제간 캡스톤디자인'의 도전

이 과정은 1년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로 설계되어 기술의 완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1학기에 팀을 꾸려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여름방학의 집중 개발 기간을 거쳐, 2학기에 시제품을 완성하고 고도화한다. 가장 큰 특징은 이름 그대로 다학제간 융합이다. 전자공학, 소프트웨어, 디자인, 인문학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한 팀을 이룬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이 충돌하고 화합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실제 기업의 프로젝트 현장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를 스스로 찾아내야 하고, 팀 안에서 역할을 나누고 갈등을 조정하는 일도 수업 외 시간까지 이어진다. 이 과정이 불편하고 느리게 느껴지는 시점이 있지만, 학생들은 바로 그 지점에서 대학 수업과는 다른 속도를 체감한다. 1년 동안 프로젝트가 반복적으로 바뀌고 결정이 열 번 이상 수정되는 경험은 강의실에서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 아이디어가 과연 시장에서 팔리는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지,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이 과정의 핵심이다.

2025년 2학기에는 학생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첫째는 자유 주제로 출발하는 일반 과정이다. 학생들은 1년을 개발에 쏟은 뒤 우수 팀에 한해 라스베이거스 CES 참가 기회를 얻는다. 이는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의 아이템과 시제품을 선보이고 냉정한 평가를 받으며 실제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대단원이다. 사업단은 개발비 전액은 물론 CES 부스 운영과 실리콘밸리 탐방 비용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온라인 피드백이 아니라 직접 시연하고 질문받으며 제품 수준을 확인하는 자리다.

img1다학제간 캡스톤 디자인 과정은 경쟁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한 학기 내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마무리 단계에서 냉철한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우수팀을 선정하고 수상하는 행사인 2025년 다학제간 캡스톤 디자인 어워드 시상식.

둘째는 삼성전자와의 협약으로 만들어진 스마트싱스 트랙이다. 기존 캡스톤디자인에 별도의 한시적 트랙을 얹은 형태로, 학생들은 삼성전자의 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개발 도구를 활용하고 현직 멘토의 피드백을 받으며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개발 환경 적응부터 문서 작성 방식까지 익혀야 했고, 시스템 접근 권한과 보안 관련 규칙도 처음 접하는 영역이었다. 일반 수업 진도와 달리 미팅 일정과 중간 검토가 실제 회사의 업무 진행 방식에 가까웠다. 보안 서약, 주기적인 오프라인 미팅, 멘토의 피드백은 학생들에게 처음 겪는 장면이었고, 그 낯섦 자체가 학습의 일부였다. 교내에 구축된 스마트싱스 랩과 5G 특화망 인프라는 학생들이 학교가 아닌 기업 연구소 수준의 환경에서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물 밖 세상은 치열했다"…기술의 깊이를 판 팀, 방향을 여러 번 바꾼 팀

2024년 우수팀으로 선정되어 2025년 CES에 참가할 기회를 얻은 두 팀의 경험은 다학제간 캡스톤디자인이 학생들에게 어떤 경험과 교육의 장을 제공했는지 보여준다. 드론 자율항법을 선택한 01P 팀은 1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기술 고도화에 쏟아부었다. SLAM 기술을 적용해 실내에서 위치를 잡고 맵을 생성하며 비행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중간에 알고리즘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이 반복되는 동안 팀은 기술이 단숨에 완성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전자공학 전공생들로 구성된 이 팀은 "1년 동안 드론이라는 주제를 깊게 파고들며 상업화 가능성까지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CES에서 이들은 해외 업체의 제품을 직접 시연받고 비교했다. 자신들이 만든 기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어떤 점이 부족한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하준수 학생은 "부스를 찾은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통해 우리 아이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관람객 앞에서 직접 설명하고 시연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타인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법을 익혔다. 어떤 질문은 예상 밖으로 날카로웠고, 어떤 피드백은 제품을 다음 단계로 옮길 실마리를 제공했다.

반면 마임하임 팀은 방향 전환이 잦은 팀이었다. 초기 아이디어였던 위성 기반 서비스는 구현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철회되었다. 이후 와이파이 신호와 개방형 API를 활용한 상황 인식 서비스로 바꾸었고, 이 피벗 과정에서 팀 내부의 논쟁이 깊어졌다. 디자인 전공 학생들은 사용자 경험을 우선시했고, 개발 전공 학생들은 기술적 검증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공학, 소프트웨어, 디자인 전공생이 모인 이 팀은 좌절하는 대신 현실적인 방향으로 빠르게 선회했다. 김규리 학생은 "디자인팀과 개발팀의 의견 차이를 조율하며 실무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이 두 팀은 성격이 다르다. 하나는 기술의 깊이를 끝까지 파고들었고, 다른 하나는 방향을 여러 차례 바꾸며 문제를 좁혀갔다. 그럼에도 두 팀이 얻은 공통점은 분명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 자체가 학습이었다는 점이다. 기술은 물론이고 일정 관리, 의사 결정, 협업 방식이 프로젝트의 크기를 바꾸는 요소임을 현장에서 깨달았다. 장동혁 학생은 영미권 관람객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며 실전 영어 실력과 비즈니스 매너를 체득했다. 이는 책상 앞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현장의 문법이다.

img1다학제간 캡스톤 디자인 과정에 참여한 학생 중 우수팀에게는 CES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팀원이 머리를 맞대고 고안한 사업 아이템을 CES 현장에서 선보이는 한편, 글로벌 기업을 방문하면서 치열한 현장을 체험하기도 한다.

CES 종료 후 이어진 구글, 넷플릭스, 플러그앤플레이 등 실리콘밸리 기업 탐방은 학생들의 시선을 기술에서 비즈니스 생태계로 확장시켰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서버 운영 방식을 보며 기술적 호기심을 채우고, 플러그앤플레이에서 스타트업 육성 시스템을 목격하며 창업의 꿈을 구체화했다. 학생들은 "좁았던 시야가 전 세계로 넓어지는 경험이었다"며 이 과정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음을 고백했다.

여전히 남은 미스매치, 그러나 멈출 수 없는 실험

화려한 성과 뒤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가장 큰 고민은 기업의 높은 눈높이와 학부생의 현실적인 역량 사이의 물리적인 격차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트랙의 경우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삼성전자와 같은 선도 기업은 현장의 난제를 즉시 해결해주길 바라지만, 학생들은 기초적인 툴 사용법부터 익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해결할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는데, 그러기에는 대학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현장 경험도 부족하니 학부생 수준에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 기업이 원하는 R&D 아이템과 대학이 제공할 수 있는 역량 사이의 미스매치다. 이 과정에서 기업 멘토들은 교육에 시간을 쏟아야 하는 부담을 느끼고, 학생들은 높은 기준에 압도되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일반 과정 역시 1년 동안 방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팀이 있었다. 학생들이 가진 역량과 프로젝트의 난도가 충돌할 때 목표와 일정이 흔들리는 일이 반복되기도 했다. 다학제 팀 구성은 장점이 크지만 역할이 불명확해지면 갈등이 깊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서로 다른 전공에서 온 학생들이 같은 언어를 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오해나 지연이 생겼다. 이런 점은 매년 반복되는 난점이지만 2025년 운영을 통해 문제를 확인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NCCOSS는 이 불편함이야말로 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역설한다. 기업이 당장의 비효율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학과 손을 잡는 이유는 지금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미래의 인재를 수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간극을 메우는 과정 자체가 학생에게는 가장 혹독하지만 가장 확실한 성장판이 된다. 사업단은 이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해 마이크로디그리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영역에서 필요한 내용을 단기간에 교과로 편성해 학생들이 새 도구와 환경에 익숙해질 시간을 확보했다. 4년제 학위의 경직성을 탈피해 기술 트렌드에 맞춰 커리큘럼을 1~2년 단위로 유연하게 개편함으로써 현장과의 시차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다.

img1CES에 참여하여 자신들이 개발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2024년 1위팀 ‘마임하임’. 다학제간 캡스톤 디자인 어워드는 참가 학생 모두에게 일반적인 대학 수업에서는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다.

2026년 이후 NCCOSS가 고민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학생이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더 확보할 것인가, 그리고 기업 멘토가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다. 올해까지의 경험은 이 질문에 필요한 재료를 충분히 제공했다. 대학이 산업의 변화 속도로 완전히 따라갈 수는 없지만 간극을 줄일 방법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교육은 완성된 틀을 유지하는 일이 아니라 불편한 부분을 매년 조금씩 손보는 과정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