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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RL팀이 출품한 자율주행차 모형. 현재는 원형 트랙 하나에서만 시연하고 있지만 향후 신호등과 교차로가 포함된 더 복잡한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개선한 계획이다.

NCCOSS 현장 2

도로가 운전하는 자율주행, 학생들이 현실로 만들다

KICEF 2025, 차세대통신사업단 CTRL팀의 도전
킨텍스 | 9월 11일

작은 원형 트랙 위를 돌고 있는 두 대의 미니카. KICEF 2025 삼성SDS 부스 앞에서 발걸음이 멈춰진 이유는 단순했다. 차량에 센서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라이다도, 레이더도, 카메라조차 없는 차량이 스스로 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조절하며 충돌을 피한다. 비밀은 트랙 가장자리에 놓인 작은 카메라 한 대에 있었다.

"차량이 아니라 도로가 운전합니다." 국민대 전자공학부 4학년 정성진 학생의 첫 마디였다. 그가 이끄는 팀 'CTRL'은 자율주행의 패러다임을 뒤집었다. 차량이 주변을 인식하는 대신, 도로 위의 카메라가 모든 차량을 내려다보며 판단한다. 심시티 게임처럼 위에서 조망하며 전체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센서 없는 차량, 네트워크가 만든 자율주행

기존 자율주행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과 신뢰였다. 라이다 하나에 수천만 원, 각종 센서와 연산 장치를 더하면 차량 가격이 폭증한다. 더 큰 문제는 표준화다. 내 차는 안전하게 주행하지만, 옆 차도 그런지는 알 수 없다. 각자가 각자의 센서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반대로 갔습니다. 차량의 센서를 모두 빼고, 인프라가 모든 차량을 관리하게 했어요." 정성진 학생의 설명처럼, CTRL팀의 시스템에서 차량은 통신 모듈(약 40만 원) 하나만 장착하면 된다. 나머지는 도로가 해결한다.

img1일반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상황 인식을 위해 카메라나 라이더와 같은 센서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CTRL팀이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은 자동차에 저렴한 통신모듈만 장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카울을 벗긴 왼쪽 자동차에서 통신장비와 안테나를 확인할 수 있다.

도로에 설치된 카메라가 영상을 수집하면, 엣지 서버가 인공지능 모델로 차량의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 추론한다. 여기서 핵심은 삼성SDS의 프라이빗 5G 특화망이다. 카메라-서버-차량이 초저지연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지연 없이 제어 명령을 주고받는다. 한명석 학생(항공대 항공전자 4학년)은 "3D 객체 디텍션으로 차량 위치를 인식하고, 호모그래피 행렬로 실제 좌표에 매핑한다"며 기술적 세부를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데이터가 엣지 서버 하나로 집중되면서 계산 효율이 극대화된다. "카메라가 위에서 내려다보니 사각이 줄고 계산이 단순해집니다. 차량마다 센서를 달 때보다 오히려 효율적이에요." 복잡한 기술을 단순한 구조로 정리한 것이 이들의 강점이다.

실제 적용 가능성도 구체적으로 설계했다. "카메라는 50m마다, 프라이빗 5G 기지국은 500m마다 설치하는 구상입니다." 도심보다는 항만, 물류단지, 공장 단지처럼 경로가 정해진 제한 구역에서 먼저 실효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img1CTRL팀 자율주행차의 핵심 장비는 도로에 설치된 카메라 인프라다. 도로의 카메라가 주변 환경과 자동차의 주행 상태를 인식하여 카메라 영역에 있는 각 자동차에게 신호를 보내 교통 흐름을 조절한다. 카메라끼리도 서로 통신하며 자동차의 주행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사각을 최소화한다.

"현재의 자율주행은 내가 스스로 주행하지만, 다른 차들도 자율주행 중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모든 차량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서로의 존재를 알고 움직이게 만듭니다." 정성진 학생의 말처럼, 지금까지의 자율주행이 '차량이 얼마나 똑똑해질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이들은 '도로가 얼마나 똑똑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김택원 기자가 "군사 분야 C4I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말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성이 전장을 내려다보며 각 전차를 지휘하듯, 인프라 카메라가 도로를 관제하는 개념이다. 개별 차량의 지능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협력으로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교실에서 KICEF로, 그리고 CO-SHOW까지

이 시스템의 출발점은 차세대통신사업단의 '다학제간캡스톤디자인' 수업이었다. 컨소시엄 참여 대학 간 학점교류를 바탕으로 구성된 팀이 산업체 및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주제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융복합형 프로그램이다. 항공대의 한명석 학생이 학점교류로 국민대 수업을 듣던 중, 정성진 학생이 이끄는 제어팀과 만나 영상 인지팀이 합쳐졌다. 여기에 공업디자인, 영상디자인, 소프트웨어 전공자까지 합류하면서 CTRL팀이 완성됐다.

img1KICEF 현장의 자리를 지킨 CTRL팀. 여러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완성했다.

결정적 계기는 김병훈 교수의 제안이었다. 삼성SDS가 국민대 캠퍼스에 프라이빗 5G 특화망을 구축하고 있었고, 교수는 "학생들 프로젝트를 KICEF에서 함께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삼성SDS는 자사 네트워크 솔루션을, 학생들은 실제 응용 사례를 보여주는 윈윈이 성립했다.

"교실에서만 배우던 5G가 실제 산업 솔루션으로 연결될 줄 몰랐어요." 정성진 학생의 말처럼, 이들에게 KICEF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산업 현장 실습이었다. 바이어들과 기술을 논의하고, 해외 참가자들과 교류하며,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산업 가치로 전환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팀은 프로젝트를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았다. 이미 관련 특허를 출원했고,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CO-SHOW 2025에서 확장 버전을 선보인다. CO-SHOW는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COSS) 사업의 18개 컨소시엄이 모여 교육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는 행사로, 작년 첫 개최 당시 5천여 명이 방문해 92%가 재방문 의사를 밝혔다.

"이번엔 카메라 여러 대를 연결해서 훨씬 넓은 도로를 통합 제어합니다. 한 구역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교통 흐름을 읽는 거죠." 한명석 학생은 버추얼 트윈 기반의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현장을 캠퍼스로 옮긴 교육, 산업이 주목한 이유

  • CTRL팀이 KICEF라는 국내 최대 산업박람회 무대에 서고, 삼성SDS 같은 대기업과 협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차세대통신사업단의 독특한 교육 방식이 있다. 이론 중심의 전통적 대학 교육과 달리, 학생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을 직접 만지고 관리하며 배우는 구조다.

    가장 상징적인 것이 국민대 캠퍼스에 구축된 프라이빗 5G 특화망이다. 다른 대학들이 통신사업자가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 특화망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곳 학생들은 직접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최적화한다. 김병훈 교수는 "네트워크 전문가 양성에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장에서나 만질 수 있는 시스템을 학교에서 연습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CTRL팀 학생들은 삼성SDS의 프라이빗 5G 망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구현하면서, 단순히 API를 호출하는 수준을 넘어 네트워크 지연율, 대역폭 관리, 기지국 간 핸드오버 같은 실무적 이슈를 직접 다뤘다. "처음엔 통신 모듈과 엣지 서버 간 연결이 불안정했어요. 대역폭 할당을 조정하고 QoS 설정을 바꿔가며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체감했죠." 정성진 학생의 말이다.

  • img1KICEF의 ‘오토브레인’은 삼성SDS의 부스에서 시연됐다. 기업과 학교가 협력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이런 현장지향적 교육은 자연스럽게 창업과 사업화로 이어진다. 다학제간캡스톤디자인은 단순히 과제를 제출하고 끝나는 수업이 아니다. 1년 과정으로 진행되며, 1학기에는 시작품 개발과 브랜딩을, 2학기에는 사업화 검증과 IR 발표까지 다룬다. 기업 전문가와 벤처캐피털 컨설턴트가 멘토로 참여해 기술의 시장 가능성을 함께 검토한다.

"사실 기술적 완성도보다 '이게 시장에서 통할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었어요." 한명석 학생의 말처럼,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기술을 넘어 비즈니스를 생각하게 됐다. 항만과 물류단지라는 구체적 타깃 시장을 설정하고, 기존 솔루션과의 차별점을 정리하며, 구축 비용과 운영 비용까지 산출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삼성SDS의 관심을 끌었다.

img1오토브레인의 작동원리를 보여주는 영상물 앞에서 시스템을 설명중인 국민대학교 서동의 학생. 도로의 카메라 인프라와 자동차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한편 여러 카메라가 관리하는 영역을 상호 연동해야 하기에 통신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 프로젝트인데도 시장 이해도가 높았어요. 기술 데모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어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명확했죠." KICEF 현장에서 만난 삼성SDS 관계자의 평가다. 실제로 삼성SDS는 CTRL팀의 아이디어를 자사 프라이빗 5G 솔루션의 응용 사례로 활용하며, 향후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차세대통신사업단의 이런 접근은 혁신융합대학사업의 핵심 취지와 맞닿아 있다. 대학 교육이 산업 현장과 괴리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사업은, 현장 중심 커리큘럼을 통해 졸업 즉시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5개 대학이 학점교류와 공동 교육과정으로 경계를 허물고, 실제 산업 인프라를 캠퍼스에 구축하며, 창업과 기술이전을 적극 지원하는 구조가 그 결과물이다.

"처음엔 '우리가 이런 큰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근데 수업에서 배운 게 바로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이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정성진 학생의 말에 한명석 학생이 덧붙인다. "다른 학교 친구들과 팀을 이뤄 각자 전공을 살려 협업하고, 기업 전문가 멘토링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프로젝트가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했어요."

KICEF 2025 삼성SDS 부스 앞 작은 트랙은 이 모든 이야기가 응축된 무대였다. 기업의 네트워크 인프라, 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 교수의 산학 연결, 그리고 현장을 교실로 옮긴 교육 철학이 하나의 회로처럼 작동한 결과였다. 트랙 위를 달리는 두 대의 모형차는 단순한 시연용 장난감이 아니라, 대학 교육이 산업 현장과 직결될 때 어떤 혁신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교실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 시스템으로 구현하고, 기술을 시장으로 연결하며, 특허 출원에서 글로벌 박람회 진출까지 경험한 학생들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