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는 이제 AI가 모니터 속 소프트웨어에 머물지 않고 우리 일상 그 자체가 되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CES 2024가 AI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장이었다면, 'DIVE IN'을 슬로건으로 내건 CES 2025는 AI가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한 현실 그 자체를 증명했다. 이 거대한 전환의 중심에는 ‘앰비언트 AI(Ambient AI)’와 ‘AI 에이전트’가 있다.
산업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앰비언트 AI’는, 사용자 주변 환경이 자연스럽게 지능화되는 현상을 일컫는 개념이다.
예컨대, 사용자가 상황에 맞는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켤 필요가 없다. 공간에 내장된 센서와 IoT 기기가 사용자의 행동과 목소리, 습관을 실시간으로 읽어낸다. 그러면 AI가 알아서 최적의 환경을 만든다. 가전제품들이 스마트싱스 같은 플랫폼으로 연결되어, 사용자의 수면 패턴이나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조명과 온도를 조절하는 식이다. 요컨대, 스마트홈과 같은 공간 지능화, IoT 기반 서비스,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 등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 바로 앰비언트 AI다.
이러한 환경 위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바로 AI 에이전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기업들은 이제 디지털 에이전트의 인사 관리를 하게 될 것”이라 말했듯, 에이전트는 도구라기보다 능동적인 행위자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을 짜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사전에 정의된 권한 내에서 자동화된 워크플로를 실행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센서 데이터를 종합해 운전을 주도하듯 앰비언트 AI가 환경을 만들면 AI 에이전트는 그 속에서 인간을 대신해 움직인다.
CES2025에 선보인 LG전자의 부스. AI가 관리하는 스마트홈이라는 콘셉트로 구성됐다. © RYO Alexandre/shutterstock.com
이처럼 화려하게 펼쳐지는 앰비언트 AI와 에이전트 서비스 이면에는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 할 기술적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이 모든 지능형 서비스가 막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끊김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초연결 통신 인프라' 위에서만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통신을 단순히 스마트폰이 터지는 문제 정도로 인식하지만, AI 시대의 통신망은 인간의 신경계와 같다. 자율주행, 로봇,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4차 산업혁명의 모든 물리적 혁신은 통신망이라는 신경망을 전제로 한다. 로컬 처리와 ‘fail-safe’ 설계로 최소한의 안전은 확보하지만 고도 자율주행, 실시간 원격제어, 도시 단위의 대규모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상시 연결된 초저지연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문제는 현재의 인프라 기술만으로는 다가오는 '에이전트의 시대'를 감당하기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AI 에이전트가 인간을 대신해 복잡한 과업을 수행하려면 클라우드 서버와 단말기(Edge) 사이를 오가며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 3GPP가 2025년부터 본격적인 6G 기술 규격의 시발점인 '릴리즈 20(Release 20)' 연구에 착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속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통신망 자체가 AI를 품고 스스로 최적화하며, 센싱과 통신이 결합된 새로운 차원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만 AI 에이전트가 실질적인 지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에너지 및 지능형 통신 차량 박람회의 CALT 부스. 에너지 역시 AI 네트워크의 중요한 요소다. © humphery/shutterstock.com
그러나 현재 국내외 기술 시장은 불균형 상태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기획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는 인력과 자본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그 서비스가 구동될 기반 시설인 통신 인프라를 설계하고 운용할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마치 최고급 스포츠카를 만들 기술은 넘쳐나는데 정작 그 차가 달릴 고속도로를 깔 토목 엔지니어가 없는 상황과 같다. 인프라 구축은 소프트웨어 배포처럼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물리적 설비와 고도의 네트워크 기술이 융합되어야 하는 장기적 과제다.
특히 6G 시대로 진입하면서 통신망의 복잡성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하드웨어 장비를 잘 다루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네트워크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가상화 기술(SDN/NFV)과 데이터 트래픽을 AI로 분석해 장애를 예측하는 지능형 관제 기술이 필수적이다. 기존의 노후화된 네트워크를 걷어내고 엣지 컴퓨팅과 위성 통신까지 결합된 입체적 망을 설계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결국 이 보이지 않는 인프라의 위기는 곧 다가올 앰비언트 AI 시대의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통신망이 부실하다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쓰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기업이 주목하는 인재는 화려하게 모델을 다루기보다 실제 서비스가 운영될 기반을 설계하는 ‘아키텍트형’ 엔지니어에 가깝다.
하지만 개인이 혼자서 고가의 통신 장비를 다루거나 6G 표준을 학습하기는 불가능하다. 차세대통신사업단 컨소시엄은 바로 이 지점에서 대학생들이 겪는 '경험의 비대칭'을 해소할 실천적 모델을 제시한다. 냉정하게 현재의 취업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보편화로 초급 수준의 코딩 역량은 변별력을 잃고 있다.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이 초급 개발자의 코딩을 대체하고, AutoML이 모델 튜닝을 자동화하는 시대에 단순히 'AI를 쓸 줄 아는' 능력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선보인 콘셉트카. 완전히 자동화되어 탑승자가 운전에 신경쓸 필요가 없어져서 응접실화된 실내를 구현했다. 당시에는 매우 급진적이고 과격한 예측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8년이 지난 지금은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 Yauhen_D/shutterstock.com
반면 AI가 실제로 동작하는 기반 환경인 통신 인프라는 아직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분야로 남아 있다. 물리적인 네트워크 장비와 가상화된 소프트웨어, 그리고 클라우드 환경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최적화하는 작업은 고도의 복합적인 판단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가 판단을 내리기 위해 서버와 통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Latency)을 줄이고, 보안 위협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며, 트래픽 폭증 시 대역폭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은 오직 숙련된 엔지니어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기존의 네트워크 운영 역할에 더해 AI 서비스 전체를 고려한 인프라 설계 역량을 점점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에이전트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동하기 위해 'MLOps(머신러닝 운영) 엔지니어'나 '엣지 컴퓨팅 전문가'가 주요 클라우드·통신·플랫폼 기업에서 핵심 직무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통신 프로토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I 모델이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개발자와 운영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점이며, 바로 여기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탄생한다.
학생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이 '희소성'이다. 남들이 유행처럼 번지는 AI 서비스 개발에만 몰두할 때, 통신과 AI를 연결하는 융합 역량을 갖춘다면 취업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특히 6G와 앰비언트 AI가 본격화되는 향후 10년은 인프라 전문가의 전성시대가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 등 미래 산업의 모든 현장에서 여러분의 손길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생이 준비할 것은 스펙 쌓기가 아니라 기술의 흐름을 읽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점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코딩과 같은 개별 기술영역에만 제한된 협소한 시야에서 벗어나 '인프라'라는 광활한 영토로 눈을 돌려야 한다. 통신망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 위에서 AI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전체 흐름을 설계하는 사람이 다가올 앰비언트 시대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해 차세대통신사업단 컨소시엄은 통신 인프라와 AI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대를 주관으로 서울시립대, 울산과학대, 전남대, 한국항공대가 참여하고 광주광역시가 지원하는 이 컨소시엄은 AI 응용력과 통신 인프라 실행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앰비언트 환경의 핵심인 IoT 플랫폼 활용 능력을 키우기 위해 삼성전자와 손잡고 ‘스마트싱스 마이크로디그리’를 설계했다. 핵심은 ‘현장성’이다. 학생들은 교과서가 아닌, 삼성의 플랫폼과 기기를 활용해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푼다. 수많은 기기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환경을 직접 다뤄본 경험은, 졸업 후 스마트홈이나 모빌리티 분야 실무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운행중인 ‘웨이모’의 자율주행 차량.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시스템 전체를 조율하며 관리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 Karolis Kavolelis/shutterstock.com
이론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통신 인프라 교육에도 방점을 찍었다. 삼성SDS와 협력해 교내에 5G 특화망을 직접 설치하고 이를 실습장으로 활용한다.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통신망’을 교보재로 제공한 셈이다. 망을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 목적에 맞춰 네트워크를 직접 설계하고 최적화해 보는 경험은 진입장벽이 높은 통신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이 된다.
커리큘럼 자체도 6G 트렌드에 맞춰 진화했다. 5G/6G 융합 교육은 단순 지상망 연결에 그치지 않고 위성 통신(NTN)까지 시야를 넓혔다. 이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나 재난 상황 등 지상 통신망의 한계를 확장하여 우주와 공중까지 연결하는 미래 통신의 핵심이다. 또한 엣지 컴퓨팅 교육을 통해 AI 연산 속도를 높이는 법을 배우고, 양자 컴퓨팅 시대에 대비한 차세대 보안 기술까지 익히도록 했다. 대학 간 경계를 허문 공유 교육 시스템과 혁신적인 커리큘럼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자신만의 확실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융합 ICT 교육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