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OSS WEBZINE

VOL.07 menu_m menu_x
visual_img

2025 AIoT 국제전시회에 나선 WE-Meet 프로그램 홍보 부스와 관계자들

NCCOSS 현장 1

대학 강의실, 기업의 '오픈 랩(Open Lab)' 되다

산학협력의 새 표준 'WE-Meet'

기업은 늘 딜레마에 빠진다. 미래를 위한 신기술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이를 당장 검증(PoC)할 인력과 시간은 부족하다. 반면 대학생들은 '경력직 같은 신입'을 원하는 채용 시장 앞에서 강의실 밖 '진짜 실무' 경험에 목말라 있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대학과 산업계가 함께 설계한 실험이 있다.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의 각 컨소시엄별 주관대학이 운영하는 'WE-Meet(Work-Experience Meet) 프로젝트'다.

2026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 지난 11월 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던 '2025 AIoT 국제전시회'는 이 프로젝트가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오픈 랩(Open Lab)'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 결정적 장면이었다. 당시 차세대통신 혁신융합대학사업단(단장 박준석, 국민대) 부스를 지휘했던 조주연 국민대 교수를 통해 WE-Meet 프로젝트의 성과를 분석해 보았다.

기업의 'Pain Point'가 곧 학생의 과제… 3자 협업의 시너지

WE-Meet 프로젝트는 기존의 산학협력 모델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차세대통신사업단의 대표적인 산학협력 교육 모델인 '캡스톤 디자인'은 출발점이 학생이다. 학생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준다는 개념이다. 이에 비해 WE-Meet은 철저히 기업 주도형(Corporate-Led)으로 운영된다. 기업이 실제 현장에서 겪는 기술적 난제(Pain Point)를 과제로 제시하면 대학생 팀이 해결사로 나선다.

img1조주연 교수는 WE-Meet이 기업 주도형 협력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한다. 기업에서 수요를 먼저 제기하여 추진하는 프로젝트이므로 기업이 학생에 무언가를 해주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득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목적에서 짐작할 수 있듯, WE-Meet은 기업-학생-대학의 3각 협업 체제로 작동한다. 기업 재직자는 한 학기에 최소 3회 이상 온·오프라인 멘토링을 제공하는 '실무 가이드' 역할을 맡는다. 조주연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별도의 인건비나 기자재 투자 없이 대학생들의 창의적인 접근을 통해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라며 "대학 강의실이 곧 기업의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외부 연구소, 즉 '오픈 랩'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 교수는 "기업이 아이디어를 주면 우리는 그에 적합한 전문 인력을 매칭해 주는 구조이므로 기업은 초기 투자비 부담 없이 R&D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6G부터 자전거 후방 센서까지… '숙제' 멈추고 '실전' 투입

2025년 수행된 과제들은 학부생 수준을 상회하는 고도화된 주제들이 주를 이뤘다. 삼성전자는 '6G 통신을 위한 딥러닝 기반 뉴럴 최소합 알고리즘 개발'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졌고, IBM은 '에이전트 기반 개인 맞춤형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을 의뢰했다. 중견·강소기업의 참여도 활발했다. 오이솔루션은 '지능형 엔터프라이즈 챗봇 개발'을, 한국알프스는 '레이다 센서를 사용한 자전거 후방 감지 시스템 구현'을 학생들에게 맡겼다.

나열된 사례의 면면을 보면 대학 학부의 학생 과제보다는, 기업 내부에서라면 별도의 연구 인력을 투입해야 할 수준의 검증 작업에 가깝다. 이처럼 기업 현업 주제를 다루면서 학생들의 학습은 실무 프로세스 경험으로 확장된다. 프로젝트 팀에게는 평균 300~400만 원, 필요시 그 이상의 재료비와 활동비가 지급된다.

조 교수는 "수백만 원의 예산 지원 덕분에 학생들은 고가의 센서나 유료 소프트웨어를 마음껏 테스트할 수 있다"며 "WE-Meet은 학생들에게 '실패가 용인되는 안전한 실험실'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학생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고가의 라즈베리파이나 개발용 디바이스를 부담 없이 구매해서 수없이 망가뜨리고 다시 시도해보는 과정 자체가 학교 밖에서는 얻을 수 없는 거대한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관리의 고도화'가 만든 결실, 취업·창업 등용문으로

이렇게 모든 과정을 완주한 학생에게는 한국연구재단 명의 인증서가, 우수 팀에게는 교육부 장관상,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상, COSS협의회장상과 상금이 수여됐다. 무엇보다 기업 멘토들과 부대끼며 쌓은 실무 포트폴리오는 채용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 실제 참여 기업으로 채용되거나 공동 특허를 출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조 교수는 "WE-Meet은 기업에는 '저비용 고효율의 R&D 파트너'를, 학생에게는 '실무 역량과 자신감'을 선물하는 검증된 모델"이라며 "더 많은 기업이 대학의 문을 두드려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업이 장비나 인력이 부족해 시도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있다면 학교로 가져와 풀어보라"는 그의 말처럼, 산업 현장의 난제에 도전하는 청년들의 열정이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지도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