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OSS 부스에 참가한 학생들. 각 팀은 4일간 전문가와 관람객들에게 기술을 선보이고 검증받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교육 박람회 ‘2025 CO-SHOW’가 개최됐다.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COSS) 사업의 결실을 공유하는 이 현장에는 AI, 반도체, 로봇 등 미래 산업을 이끌 18개 분야 컨소시엄이 집결해 교육 혁신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수많은 관람객 속에서 차세대통신사업단(NCCOSS) 부스는 학생들이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1년간 완성한 결과물을 뽐내는 것이 아니었다. 각 팀이 고안해 낸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의 요구와 치열하게 맞부딪치는 ‘창업 검증의 최전선’에 가까웠다. 학생들은 공들여 만든 기술이 시장에서도 통할지 검증받았고, 현직자들은 예비 인재들의 문제의식을 확인했다.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비즈니스 현실을 정조준했던 7개 팀의 아이디어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살펴보자.
▲CTRL ▲AIRKON ▲ROBOTPOWER ▲BBB는 차세대 통신 교육 과정에서 쌓은 기술을 활용해 기존 산업의 비용 구조를 ‘통신’과 ‘AI’로 해결하고자 했다. 이는 통신망 자체가 AI 연산을 수행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AI-Native 인프라' 트렌드를 학생들의 시각으로 해석한 것이다. 먼저 CTRL 팀과 AIRKON 팀은 자율주행의 기술적 부하와 경제적 부담을 차량 대신 ‘인프라’로 옮겼다. 두 팀은 차량에 고가의 센서를 얹는 대신 CCTV로 정보를 수집한 후 서버가 객체의 위치를 판단한다.


AIRKON팀과 CTRL팀은 자율주행 차량의 차량 센서를 대체하기 위해 CCTV로 도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BBB 팀은 하드웨어 장비가 없는 소프트웨어 중심 운영 모델을 선보였다. 별도의 RFID 태그나 카메라 없이 스마트폰의 GPS 데이터와 웹소켓 실시간 통신만으로 승하차를 자동 인식한다. 이는 장비 설치비용 때문에 디지털 전환을 포기했던 영세 셔틀 업계의 '데이터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ROBOTPOWER 팀은 전문가의 동작을 보고 배우는 ‘모방 학습’을 통해 로봇 도입 장벽을 낮췄다. 또한 물체를 놓쳐도 스스로 실패를 인지하고 다시 시도하는 이들의 기술은 스스로 목표를 완수하는 에이전트형 AI를 보여줬다.
ROBOTPOWER 팀은 정밀한 제어를 위해 고가의 토큰 센서가 필요한 로봇팔의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전문가의 숙련된 데이터를 학습시켜 정밀도를 확보했다.
이들의 접근은 통신망을 ‘연결’이 아닌 ‘기능’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센서와 하드웨어를 줄이는 대신, 네트워크 위에서 판단과 제어, 운영을 수행하는 구조는 통신사가 단순 망 제공자에서 벗어나 서비스형 네트워크(NaaS)로 진화하려는 산업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앞선 팀들이 산업 현장의 운영 구조와 비용 효율 겨냥했다면, ▲GOBOT ▲KLAV ▲페달보이즈는 ‘사용자가 체감하는 경험’을 과녁으로 삼았다. GOBOT 팀은 5G와 대화형 AI를 결합해 단순한 기계를 ‘응답하는 존재’로 격상시켰다. 사족 보행으로 지형을 극복하고 자연어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는 통신망의 복잡함이 아닌, 든든한 가이드를 얻을 수 있다. KLAV 팀은 보안 메신저를 물리적 키와 결합해, 서버 해킹이나 화면 촬영 상황에서도 키가 없으면 메시지를 해독할 수 없게 했다. 복잡한 암호화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안심할 수 있는 대화’라는 감각적 가치를 앞세운 것이다. 페달보이즈 팀은 무겁고 비싼 아날로그 기타 페달을 소프트웨어로 대체해, 연주 환경을 가볍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처럼 세 팀은 통신 기술을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사용자가 기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①GOBOT, ②페달보이즈, ③KLAV 팀은 통신망을 활용해 일상생활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들을 제시했다. 각각 사족 보행 로봇과의 교감, 아날로그적 보안,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악기 세션 기술을 통해 우리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가 곧 시장 진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심사위원과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의 독창성뿐만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신뢰성·비용·편의성 측면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신뢰성 확보를 위한 방향성이 제시됐다. CTRL 팀과 AIRKON 팀에게는 “눈이나 비가 오는 악천후 속에서도 비전 카메라만으로 안정적인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100밀리초(ms) 이내의 짧은 지연 시간조차 고속 주행 환경에서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ROBOTPOWER 팀 역시 저비용 3D 프린팅 하드웨어와 모방 학습 기술은 인상적이지만, 24시간 오차 없이 가동되는 실제 공정에서의 내구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됐다. 또한 진입 장벽이 낮은 교육용 시장부터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피드백도 덧붙여졌다.
이어서 비용 효율성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GOBOT 팀은 길 안내 기능 성능과 고성능 사족 보행 로봇 사이의 ‘비용 최적화’에 대한 고민이 과제로 주어졌다. 자율주행 인프라를 제안한 팀들 역시 차량 센서를 줄이는 이점과 도로 인프라 구축 비용 사이의 손익 분기점을 명확히 계산해 봐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페달보이즈 팀에는 아날로그 장비를 대체하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이 하드웨어 장비 가격을 능가하지 않아야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는 조언이 이뤄졌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편의성 부문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KLAV 팀은 물리적 키가 가진 강력한 보안성은 좋지만, 키를 늘 소지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개선할 방안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 과제로 꼽혔다. BBB 팀 역시 앱 설치와 위치 추적에 대한 사용자의 심리적 허들을 낮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즉,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비스 역시 중요하다는 멘토링이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학생들이 선보인 기술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정교한 조언이었다. 멘토링 세션에서 도출된 해법은 명확했다. 불확실한 대중 시장(Mass Market) 대신, 기술의 가치를 즉각 인정받을 수 있는 ‘특화 시장’부터 공략하라는 것이다.
자율주행 인프라를 제안한 CTRL 팀과 AIRKON 팀에는 공공 도로 대신 스마트 팩토리나 물류 센터처럼 인프라 통제가 가능한 공간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지연 시간에 덜 민감하면서도 자동화 수요가 확실한 영역에서 먼저 성과를 거둬보라는 조언이었다. ROBOTPOWER 팀 역시 산업용 로봇 시장을 정면으로 노리기보다, AI 교육용 교구나 초정밀 작업처럼 강점이 분명한 틈새시장을 겨냥하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사용자 장벽을 낮추는 전략도 이어졌다. BBB 팀은 앱 설치를 강요하기보다 현장 태블릿이나 QR 코드를 활용하는 방식이 논의됐고, 페달보이즈 팀에게는 오픈소스 기반으로 전환해 가격 장벽을 낮추라는 조언이 나왔다. KLAV 팀 역시 대중 시장보다는 기업 기밀을 다루는 B2B 보안 솔루션으로 타겟을 좁히는 방향이 제시됐다. 결국 멘토링의 핵심은 누가 이 기술을 가장 먼저 간절히 필요로 하는가를 찾는 수요자 중심 사고였다.
현직에서 활동하는 심사위원들은 학생들의 아이템을 발전시킬 방안을 제시했다. 타겟층과 시장의 방향을 좁힘으로써 학생들의 목표를 더욱 구체화시킨 셈이다.
이번 2025 CO-SHOW는 차세대통신사업단 학생들에게 단순한 전시를 넘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장의 기준으로 검증받는 무대였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넘어 ‘누가, 왜, 얼마에 이 기술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는 과정은 강의실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배움이었다.
연구실의 언어가 산업의 언어로 번역되는 이 짜릿한 경험은, NCCOSS가 단순한 교육 과정을 넘어 미래 통신 산업의 실전 훈련소임을 보여줬다. 이론의 벽을 넘어 현장의 냉정한 조언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고 싶은 예비 혁신가들에게, NCCOSS는 세상과 마주할 가장 확실한 출발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