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광주 마니(MANI) 팝업 아카데미’가 열린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첫 주 강의에 앞서 박준석 국민대 차세대통신사업단(NCCOSS) 단장이 전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다들 이야기하는 걸까?” 토요일 아침,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강의장에는 ‘미래 기술’이라는 단어를 직접 확인하러 온 사람들이 모였다. 대학생, 직장인, 시민 그리고 고등학생까지 문을 넓힌 교육프로그램이 열리는 날이었다. 바로 ‘2025 제2기 광주 마니 팝업 아카데미(Gwangju MANI POP-UP Academy)’였다.
광주광역시와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이 함께 운영한 이 아카데미는 미래자동차(M), 인공지능(A), 차세대통신(N), 사물인터넷(I) 네 분야를 한 묶음으로 엮어 ‘마니(MANI)’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그 이름처럼 이번 팝업 아카데미는 4주 동안 ‘모빌리티·AI·네트워크·IoT’를 한 번에 체험하는 집중 코스였다. 전년도 1기에 이어 이번 2기 아카데미도 200명에 가까운 수강자들이 찾아와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번 아카데미는 2025년 11월 15일부터 12월 6일까지 매주 토요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됐다. 단순한 특강이 아니라 회차마다 분야가 달라지고 관점이 바뀌는 구성이라 4주를 다 듣고 나면 기술의 전체 지도를 한번 훑는다는 느낌을 주었다.
첫 주 11월 15일 강의는 IoT와 양자 보안으로 시작했다. 오전 강단에서는 김영길 서울시립대 교수가 연사로 나서서 ‘사물인터넷의 이해’란 주제로, IoT 상품부터 디지털 트윈에서 IoT의 역할까지 차근차근 풀어냈다. 오후에는 한층 날카로운 질문이 던져졌다. ‘양자컴퓨터가 오면, 보안은 어떻게 될까?’ 유일선 국민대 교수가 ‘양자 기술과의 보안 전쟁 - 5G 및 차세대통신(5G and Beyond)의 생존 전략’이란 제목의 강의를 통해, 통신기술이 단순 속도 경쟁을 넘어 ‘안전한 연결’이라는 생존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짚었다.
둘째 주 11월 22일에는 ‘AI-양자-차세대통신’을 한 호흡에 묶었다. 오전에는 정명섭 국민대 교수가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 소개’로 시작을 열었다. AI를 둘러싼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는 시간이었다. 이어 정재훈 한국항공대 교수는 ‘양자 컴퓨터의 핵심 개념: 0과 1의 중첩, 00과 11의 얽힘을 이해하기’란 제목의 강의를 통해, ‘양자’가 과학 뉴스의 단골 소재를 넘어 산업 경쟁의 핵심 언어가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끝으로 박진석 전남대 교수는 ‘6G 이동통신 및 저궤도위성통신용 반도체 회로 설계 기술’을 주제로, 미래 통신이 공중(위성)까지 확장되는 흐름과 그 기반이 되는 반도체 기술을 소개했다.
2주 차 강의에서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 소개’로 강연한 정명섭 국민대 교수.
‘양자 컴퓨터의 핵심 개념’을 주제로 강의한 정재훈 한국항공대 교수.
셋째 주 11월 29일은 ‘기업 현장’의 온도가 강하게 느껴진 날이었다. 오전 강연은 표창희 IBM 상무(양자사업본부장)가 맡았다. 강의 제목은 ‘미래를 여는 열쇠, 양자컴퓨터 - IBM Quantum과 함께하는 양자의 세계’. ‘큐비트, 중첩, 얽힘’처럼 멀게만 보이던 개념을 일상적 비유로 풀어내는 방식이 눈에 띄었다. 오후 강단에는 한형섭 울산과학대 교수가 올라 ‘산업안전 분야에서의 AIoT 응용 및 통신방법’이란 주제로, 뇌파를 분석하는 안전모를 개발해 창업한 경험을 살려 강의에 나섰다. 기술은 결국 삶과 산업 현장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안전’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주 12월 6일은 모빌리티가 중심이었다. 먼저 송교원 국민대 교수가 ‘모빌리티 융합, 도심항공교통(UAM)’을 주제로, 하늘을 교통망으로 쓰는 미래를 그렸다. 이어 김산민 국민대 교수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지 시스템’을 다뤘다. 자율주행의 핵심이 단지 센서가 아니라 무엇을 보고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인지의 문제라는 점이 강조됐다. 마지막 강연은 박종서 한국항공대 교수의 ‘블록체인 기술 소개’였다. 새로운 이동과 연결의 시대를 뒷받침하는 ‘신뢰의 기술’까지 챙기며 4주 여정을 마무리했다.
“광주에서 이런 강연을 한다는 걸 전혀 몰랐어요.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김대중컨벤션센터 강연장 한쪽에서 나온 이 말은 이번 아카데미의 분위기를 딱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미래 기술은 멀리 있는 ‘서울의 뉴스’가 아니라 어느 날 토요일 광주 한복판에서 직접 듣고 이해하는 경험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4주 프로그램이 보여준 변화는 그랬다.
이번 아카데미는 총 192명이 현장을 찾았고, 만족도 조사에는 142명이 응답했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명확했다. 조사 응답자 중 95.7%가 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87.8%는 계속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즉, 좋았다는 정도가 아니라, ‘다음에도 또 참여하고, 주변에도 알려주고 싶다’는 분위기가 현장에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실제 참가자 반응도 그랬다. 한 대학생은 “단순 추천으로 왔는데, 찾아보니 관심 분야였고 생각보다 훨씬 유익하고 즐거웠다”고 답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광주에서 보기 어려운 분들이 오셔서 감사했다”며 “더 깊은 강의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아카데미에 참여한 수강자들이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있다. 강의 만족도 조사에서 많은 참가자가 다음에도 또 참여하고 주변에도 알려주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과정에서 특히 반응이 뜨거웠던 키워드는 단연 ‘양자’였다. 한 참가자는 “양자컴퓨터 주제는 평소 이해가 안 되던 내용이었는데, 듣고 나니 이해가 되고 궁금하던 부분까지 해소됐다”고 밝혔다. 이 말이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히 재밌었다가 아니라 양자처럼 어렵게만 느껴지던 첨단 기술이 현장에서 ‘이해 가능한 이야기로 번역되는 경험’으로 남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참가자는 보안과 양자 주제를 두고 “잘 몰라도 대기업 사례와 요즘 키워드로 풀어줘서 이해하기 쉬웠다”고 반응했다. 즉, 이 강의는 ‘전공자를 위한 강의’라기보다 입문자가 진입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춘 강의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큰 의미는 단지 ‘좋은 강연을 들었다’에 머물지 않는다. 광주 마니 팝업 아카데미는 대학과 지역이 협력해, 미래 기술을 지역 시민의 경험 속으로 끌어온 사례다. 사업단은 미래자동차, AI, 차세대통신, 사물인터넷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 역량을 결집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팝업 아카데미 형태로 첨단 교육을 구현했다.
이는 대학이 단순히 학위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을 넘어, 지역 산업과 시민 역량을 함께 끌어올리는 ‘지식 기반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처럼 고등학생까지 참여 범위를 확장하면, 진로 탐색과 학습 동기 부여는 훨씬 더 현실적인 힘을 얻는다. 광주가 모빌리티와 AX를 내세운 ‘미래 기술 도시’로 성장하려면, 결국 그 기술을 이해하고 선택할 사람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4주간의 여정은 끝났지만, 시민들은 이미 다음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있으면 가능한 한 꼭 참석하고 싶다. 다음엔 반도체·전자공학·통신 분야도 궁금하다”는 한 참가자의 말처럼, 새로운 기술을 알고 싶은 마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첨단 기술은 멀리 있지 않았다. 대학 연구실과 기업 현장을 넘어, 이제는 시민이 앉아 듣는 강연장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마니(MANI)’라는 이름이 가리키는 네 가지 기술 축이 광주의 교실과 일상 속에서 어떻게 뿌리내릴지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