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리서치 이왕재 수석이 국민대 차세대통신사업단(NCCOSS) 금요특강에 앞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리서치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SE) 팀에 근무하는 이왕재 수석이 국민대 차세대통신사업단(NCCOSS) 금요특강을 위해 캠퍼스를 찾았다. 2025년 12월 5일 ‘인공지능 기술 랜드스케이프’란 제목의 특강에 앞서 진행한 짧은 인터뷰에서 그는 “인공지능(AI)은 이제 일부 연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회사 업무의 기본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며 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와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을 풀어냈다.
이왕재 수석의 커리어는 한 줄로 요약하기 어렵다. 학부는 전기전자, 석사는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 박사는 데이터사이언스 분야로 옮겨가며 관심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산업 커리어는 더욱 묵직하다. 199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애니콜’이 처음 나오던 시절부터 개발 현장을 경험했고, 이후 기술원과 연구소를 거쳐 지금은 삼성리서치에 몸담고 있다. 초기에는 소프트웨어 설계와 구현 같은 순수 개발 업무를 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시스템 통합(SI), 전략기획을 거쳐 현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더 잘 연구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과 같은 SE 역할로 확장됐다. 삼성전자에 개발자가 수만 명에 달하는 만큼 개발 프로세스와 도구, 체계를 설계하고 리드하는 일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각 사업부가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개발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업무까지 겸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수석이 생각하는 ‘AI의 본질적 전환점’은 무엇일까. 그는 먼저 알파고를 떠올렸다. 알파고 이후 AI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그때까지는 멋있긴 한데 나랑은 좀 먼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바뀐 건 대형언어모델(LLM) 기반의 챗GPT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써보니까 쓸 만하네’라는 느낌과 함께 AI가 일상으로 확 들어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리고 그 근본에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 같은 핵심 AI 기술 논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언어를 다루는 발상의 전환이 지금의 생성형 AI를 가능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삼성리서치의 AI 활용 방식도 흥미롭다. 이 수석은 “삼성리서치에는 AI센터가 따로 있고, 그곳에서 LLM 모델 자체를 개발한다”고 말했다. 본인은 모델을 직접 만들기보다 그 모델을 활용해 개발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응용 분야를 확장하는 쪽에 더 가까운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모델이 있다고 바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며 “개발자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서비스와 체계를 갖춰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내부에서는 LLM 관련 기법이 워낙 빠르게 나오다 보니 거의 한두 달 단위로 업데이트가 이어지는 분위기라고도 전했다. 대외 공개는 제한적이지만, 사내에서는 이미 AI 활용이 활성화되어 개발 생산성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AI는 스마트폰에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작은 모델부터 다양한 형태로 모든 제품에 탑재된다”고도 밝혔다. 이제는 청소기 같은 가전까지 ‘AI가 들어간 제품’이 되는 시대라는 얘기다.
이왕재 수석이 ‘인공지능 기술 랜드스케이프’란 제목의 특강을 하고 있다.
특강 주제와 연결되는 ‘데이터 기반 트렌드 분석’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고민도 털어놓았다. 논문을 쓰는 연구자에게는 분석 방법론이 큰 도움이 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너무 깊게 들어가면 표정이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강의에서는 논문에서 사용했던 접근 방법을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기술 동향과 방법론을 적절히 섞어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그가 꼽은 최근 트렌드 키워드는 세 가지다. 첫째는 AI 모델을 직접 만드는 사람만 AI를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데이터를 다루고, 운영하고, 자동화된 개발 체계를 갖추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를 아우르는 흐름이 머신러닝 운영(MLOps)라는 설명이다. 둘째는 AI 에이전트다. 단순히 질문하고 답을 받는 수준을 넘어, 실행(Action) 가능한 에이전트를 활용해 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셋째는 피지컬 AI. 그는 업계에서 로보틱스와 AI의 결합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며 ‘우리 곁에 함께하는 AI’ 시대를 대비하는 움직임이라고 봤다.
산업 현장에서 AI가 만들어낸 가장 큰 변화에 대해 묻자 이 수석은 “요즘 회사에는 AX 조직이 거의 다 생긴다”고 답했다. AX는 AI 트랜스포메이션, 즉 업무 전반의 AI 전환을 뜻한다. 그는 “AI를 쓰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앞으로는 AI를 쓰느냐 못 쓰느냐가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왕재 수석은 AI 시대에 소통과 협업을 잘하는 사람이 더 필요해진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AI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기술 공부’만큼이나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AI 분야는 생각보다 넓어서 모델 개발만이 전부가 아니며, 응용·운영·데이터·서비스 등 다양한 부분이 존재하니 ‘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 보라고 그는 조언했다. 동시에 그는 AI 시대에는 ‘유니크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범한 업무는 AI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창의성, 비판적 사고, 자기만의 관점 같은 ‘인간 고유의 냄새’가 더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기서 한 번 더 뒤집힌다. AI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사람과 일 잘하는 능력’이 더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다들 AI와 혼자 일하는 방식에 익숙해질수록 협업이 어려워질 수 있고, 그 틈에서 소통과 협업을 잘하는 사람이 조직에서 더 필요해진다는 설명이다.
그의 조언 중 학생들이 가장 쉽게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문장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질문은 쓸만한 결과를, 나쁜 질문은 불필요한 결과를 가져온다.” 프롬프트든 보고서든, 논리적으로 잘 묻고 잘 정리하는 능력이 결과를 바꾼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힘은 AI 공부만 잘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독서나 인문학적 공부처럼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경험에서 나온다고 그는 말했다. 실제로 그는 특강 중에 오랫동안 독서모임에 참여해 왔다는 경험담도 들려줬다.
AI가 너무 빨리 변해 불안한 학생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도 많다. 그러나 이왕재 수석의 이야기는 의외로 단순한 결론으로 모인다. 모든 걸 다 알 필요는 없지만, 관심을 놓지 말 것. 핫한 흐름은 직접 써보며 감각을 가질 것. 그리고 무엇보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유니크함’과 ‘사람과 함께 일하는 능력’을 키울 것. 어쩌면 이것이 AI 시대에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일지도 모른다.